저번주 평일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나서 인턴 동기랑 연구원 옆문 흡연장에서 얘기 중이었다(참고로 본인 흡연자 아님).
그때 웬 모르는 분들이 걸어오면서 내게 인사하시길래 순간 당황했다. 뭐지? 분명 눈은 똑똑히 나랑 마주쳤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저번에 질문을 받았던 24기 분들인 걸 깨달았다. 아, 난 얼굴 하나도 기억 못하는데 나를 알아보셨구나.
몇 주전 24기 분들과 얘기했을 때 연구 인턴 관련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그때 내가 답변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분명 할 얘기는 많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느낌?
나도 연구 인턴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고 면접을 마칠 때까지도 정말 아리송하기만 했다.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할까? 도대체 뭘 해야 합격할까?
마침 이번주가 인턴 생활의 절반을 마친 시점이기도 했고,
이제 슬슬 24기 분들도 인턴 지원서를 마무리하고 면접을 준비할 시기인 것 같아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그래도 그 많은 75명 중에 한 분 정도는 내 글을 보고 도움이 되기를ㅎㅎ
Q1. 지원서 분량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
아마 인턴을 지원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할 부분이 지원서 분량이지 않을까?
왜냐면 연구 인턴 지원서에는 분량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렇듯이 '인턴? 지원해야지...'라고 생각하고선 생각만 하고는
마감 이틀 전 밤에 동기가 인턴 얘길 꺼내길래 오 지원 벌써 했어? 라고 물어봤는데
지원이 낼 모레까지라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라서 결국 수업시간을 몰래 쪼개가며 썼다.
(나처럼 하지 말라는 뜻 ^ㅡ^)
그래도 역시나 지원서 작성엔 타임어택이 최고다.
내가 대학 전공 과목 과제와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내용 + 스타트업 인턴 +
얼마 전에 끝낸 빅데이터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 등을 풀어 쓰니까 분량이 4장 가량 나왔다.
워드에 바탕체 10pt 1.5줄 간격으로 썼으니 많이 썼다고는 생각 안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2장 정도만 쓴 친구들도 많았다.
간혹 정말 많이 쓴 친구들은 나랑 비슷하거나 6장 넘게 쓴 사례도 있었다.
억지로 분량을 늘릴 필요는 없겠지만,
확실히 분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면접관한테 어필할 스토리가 충분하다는 거고
지원자가 그만큼 연구 인턴에도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것 같다.
Q2. 1단계 서류 전형으로 얼마나 합격(탈락)할까?
나도 그렇고 우리 교육 동기들도 서류만 작성하면 일단 1차는 다 붙여주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면접도 못 보고 떨어진 친구들이 꽤 있었다. 깜짝 놀랐다.
오 이거 생각보다 빡센 거였구나... 그때 당시 졸음을 참고 수업시간에도(?) 지원서 틈틈이 쓰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한참 지나고나서 면접은 2배수로 진행했다고 어렴풋이 들은 것 같다.
우리 반 기준, 못해도 한 조에 2명씩은 지원했으니 한 반에 대략 10명쯤 지원했다고 치면
전체 기수에서 30명 넘게 인턴에 지원했을 텐데 최종 선발 인원은 9명이고 2배수 18명만 남겨야하니
꽤 많은 인원이 서류에서 탈락한 셈이다.
Q3.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원서 제출 마감 후 약 일주일 뒤에 서류 합격 소식이 이메일과 문자로 날라온다.
그때 이메일에 본인의 면접 조와 시간대 그리고 면접 장소가 적혀 있다.
나는 1조였고 15시 30분에 시작하는 타임이었다.
그때는 평일이었지만 AI 프로젝트 마지막 주라 수업이 없을 때였다.
TMI지만 면접 당일은 유난히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하루였다.
하필이면 이날 오후 5시까지가 삼성 하반기 공채 지원 마감이었는데,
내가 전날 지원서를 쓰다 밤새고는 눈을 떠보니 오후 1시였던 것이다.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점심 전에는 일어나는 나였는데...
억장 무너질 틈도 없이 오후 3시까지 면접 준비하랴, 삼성 지원서 마저 쓰랴
또 후다닥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노트북을 켰는데 간당간당한 배터리 때문에
진짜 맘졸였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면접 전까지 제대로 된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는 뜻이다.
내가 결과적으로 연구 인턴에 붙은 건 정말 운인 것 같다.
기업 자소서도 잘 못 쓰는 친군데 한번만 더 기회를 줘볼까? 하고 하늘이 내려주신 운,,
각설하고, 어차피 면접장에 들어가면 그렇게 질문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바로 다음 파트부터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자.
Q4.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을 할까?
면접 질문은 이전 기수 분들 블로그 후기에서도 그렇고 나도 똑같은 질문을 받은 걸 보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1) 본인이 이 연구 인턴을 지원한 계기
2) AI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수행한 역할
나랑 같은 방에 들어갔던 지원자들은 대부분
'AI 프로젝트에서 이러이러한 걸 해보고 싶었는데, 팀 프로젝트이다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주제를 온전히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러한 주제로 연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연구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다.'
라는 플로우로 대답을 했고 나 또한 그렇게 답변했던 것 같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내 역할을 부풀리기보다는 솔직히 대답했다.
사실 답변하고 나서는
'아, 내 AI 역량을 하나도 제대로 드러내질 못했네. 좀 더 전공 지식과 역량에 대해 어필할 걸.'
라는 후회도 했지만 면접관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역할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 해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너무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면 내가 아예 하지도 않은 업무를 지어내어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정말로 AI 프로젝트에서 무언가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사실에 기반해서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
Q5. 누가 면접을 진행할까?
내 기억으로는 면접관은 총 세 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닌가? 두 분인가? 두 달도 넘은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하여튼 확실한 건
1) 연구부 소속 연구원님 또는 연구부장님
2) 연구원 행정팀 선생님
이렇게 연구부와 연구원 행정팀 소속 관계자 분이 최소 한 분씩은 들어왔던 것 같다.
연구 인턴 선발은 인공지능연구원 관할이기 때문에 인재창조원이나 포항공대(학교) 소속 관계자
분이 들어오시지는 않는다는 것만 알아두자.
Q6. 면접에서 느꼈던 점 + 유의사항
생각보다 면접 시간이 많이 짧다. 정말 짧다!
그도 그럴 게 한 조에 4~5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는 20분 안에 무조건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질문 2개를 면접자들이 차례로 답변하다보면 10분은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난 다른 예상 질문을 준비하기보다는 그냥 저 질문 2개에 대한 답변만 충실히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또 나한테는 면접관 한 분이
졸업하고 지금까지 좀 공백기간이 있는데, 그때 무얼 하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했었다.
나는 아 그때 스타트업에서 인턴했었습니다(사실 그거 말고 공백기는 더 있지만;) 라고 대강 넘기기는 했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속으로 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나한테도 한 질문이면 나중에 이후 기수 분들에게도 하는 단골 질문일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자.
Q7. 합격 발표
우리가 수료한 날짜가 9월 22일이었고, 오전 11시에 수료식을 마치고는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점심 지나서는 다들 집에 올라갈 채비를 했다.
나도 조원들과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고 집 가는 버스에 올라타서는
'분명 인턴 발표는 수료 당일에 나온다고 했는데 도대체 언제 나오려나?'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나 메일함을 확인해봤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기다리다가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그때 문자가 하나 날라왔다.
사람 맘 쫄리게 또 결과는 바로 안 알려준다ㅠㅠ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허겁지겁 메일함 확인해보니
합격이다. 정말 십년감수했다 🫠
사실 점심 먹을 때에도 조원 친구들이 에이 형이 어떻게 떨어져~하고 응원을 많이 해줬는데
내심 떨어질까 무진장 쫄렸다. 덕분에 버스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참고로, 인턴 합격 발표를 하는 시점은 행정팀 분들이 그래도 수료생들을 최대한 배려해서
결정했다는 게 느껴졌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발표했다면 탈락한 동기들은 풀 죽어있는데 그 와중에 합격한 친구들은
눈치보느라 기뻐할 수도 없는 서로 어색한 분위기를 어째?
발표가 더 늦어졌다면 교육생들이 다 끝나고 나서도 맘편히 쉬지도 못하고 합격 발표만 애타게 기다렸을 것이다.
Q7.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그래서 누가 합격하고 누가 떨어지는가?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인턴 동기들끼리도 정말 얘기를 많이 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붙고 다른 친구들은 붙지 못했을까.
그도 그럴 게 성적 우수상을 받은 사람이 인턴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나보다 분명 면접에서 답을 잘했는데 왜 붙지 못했을까 하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가설: 성적 순이다
빅데이터와 아카데미 교육 과정의 성적을 최우선으로 반영한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내 인턴 동기 중에는 성적 우수자가 2명 있긴 하지만,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건 결코 아닌 것 같은 게 우선 내가 그 대표적인 반례가 되겠다.
빅데이터 기간에는 나름 과제를 열심히 한다고 제출했지만
AI 기간에는 프로젝트와 자소서로 과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초인이 되어버렸다ㅎㅎ
물론 아예 안 낸 건 아니지만 그냥 제출에만 의의를 두자는 식이었기 때문에 성적이 그렇게 높았을 것 같진 않다.
그리고 나 말고도 성적에 크게 신경 안 썼다는 동기들의 여러 증언이 있으니
성적은 부차적인 요인인 것 같다.
두번째 가설: 면접 빨이다
이것도 땡. 일단 내 면접 조에서 나보다 답변 훨씬 조리있게 잘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스펙도 좋고 나중에 프로젝트 우수상도 받은 친구였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성적 우수상도 받고 실력도 정말 출중한 친구가 있었는데
면접에서 제대로 답을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론 떨어졌는데, 이걸 보면 또 면접이 의외로 합불에 영향을 미치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 가설: 전공자 위주로 뽑는다
우리 인턴 동기 중에 전공자가 비율이 확실히 높긴 하다.
통계학과도 전공자로 치면 2/3 이상이 전공자인 셈이다.
조마다 전공자가 많아봤자 1~2명 있던 교육 프로그램 때와 비교하면 높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비전공자(기계공학 및 다른 공학계열, 사회과학 등 문과 계열까지 포함)가
있는 걸 보면 꼭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전공자니까 하는 한탄(?)이지만 대학 전공은 진짜 전공이라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비전공자 출신으로 프로그래밍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훨씬 빠르게 성장하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봐왔다.
내가 학부에서 몇 년간 배웠던 걸 저렇게 빨리 습득하다니,,, 그때 은근히 배아프면서도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다른 분야(보건, 의료, 금융, 경영, 디자인 등)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뒤늦게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사람들이 훨씬 매력적인 인재가 된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그래서 결론은?
그래서 인턴 합격의 명확한 기준이 뭘까?
가장 정확한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인턴에 최종 합격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아무도 모른다ㅠㅠㅠ
다음 편엔 찐 인턴 생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업무 관련한 내용은 대외비라 자세히 남기진 못하겠지만
그밖에 궁금해 할 부분을 솔직담백하게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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