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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포스코 AIㆍBig Data 아카데미

포스텍 인공지능연구원(PIAI) 23기 인턴 후기 [생활 편]

길었던 포항 살이를 드디어 마무리하게 되었다.

잠깐 서울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올 한 해 하반기 거의 내내 포항에서 보낸 셈이다.

이제야 알게 됐지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지내면서

크고 작은 것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번 인턴 후기 편을 작성하는 데 가장 많이 정성을 쏟아붓지 않을까?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도 달려보자!

 

 

 

 

숙소

교육 동안에는 포스코 국제관에서 지냈었다. 하지만 인턴 기간에는 원룸을 각자 하나씩 배정받게 된다.

 

원룸의 장점

  • 혼자서 방을 쓸 수 있다.
  • 부엌과 전자레인지가 있다.
  • 세탁기가 딸려있다.

 

원룸의 단점

  • 학교와 거리가 멀다. (출퇴근 시간 약 30~40분)
  • 청소를 알아서 혼자 해야 한다.

 

인턴이 총 9명이기 때문에 한 건물 안의 원룸을 통째로 빌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자 지내게 될 원룸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원룸 건물 이름이 기억나는 순서대로 말하자면 피터팬, 피아제, 아이파크, 뉴크라운 그리고 세명리치빌

이 있는데 궁금하다면 먼저 지도에서 찾아보시라.

 

 

 

 

 

 

세명리치빌

나는 세명리치빌을 배정받았다. 원룸 배정은 순전히 랜덤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난 운이 아주 좋았는데, 그 이유는 세명리치빌이 학교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 맥도날드가 있고 좀만 걸어가면 스타벅스랑 써브웨이까지 있다.

걸어서 2분 거리에 GS25 편의점이 있던 것도 아주 맘에 들었다.

 

 

세명리치빌 내부 사진. 기본적인 생필품은 첫날 인재창조원 측에서 제공해주는 것 같다.

 

 

나는 기숙사 생활은 오래 해봤어도 원룸은 처음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선뜻 평가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방도 내 기준에서 널찍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혼자만의 공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는 건... 얼른 자취를 해야겠다는 각오가 샘솟는다.

 

 

 

 

출퇴근 수단

나는 학교와 숙소가 가까웠기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했다.

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세명리치빌) + 땀이 나지 않는 계절(가을~초봄) + 활동적인 성향

이 삼박자가 맞아야 자전거 출퇴근을 각오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는 어디서 구했냐고? 포항 도착하기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삼천리에서 저렴한 MTB는 20만원 안으로도 살 수 있다(19만원 조금 넘는 가격으로 구매했던 걸로 기억)

그리고 나는 어차피 서울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가지고 올라왔다.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

유난히 바람이 매섭고 추운 날 솔직히 자전거를 타기 망설였던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뿌듯했는데 그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 출퇴근하면서 다이어트 + 유산소 운동이 저절로 된다.
  • 아침에 상쾌하게 출근할 수 있다.
  • 포스텍의 엄청난 업힐 덕분에 하체 근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좋은 거 맞아?)
  • 교통비 절감 효과가 있다.
  • 차가 끊겨도 걱정없이 원하는 때에 퇴근할 수 있다.
  • 철길숲 길이 자전거 타기 참 좋다.

 

자전거가 아니라면 매일 버스로 출퇴근을 하거나 택시 카풀을 해야 한다.

버스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인턴 기간 동안 총 교통비는 얼마 정도 될까?

포항 시내 버스는 1200원이고,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을 모두 버스로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주 5일, 총 9주(10월 15일~12월 16일)를 근무했으니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1,200 * 2 = 2,400 (원)

2,400 * 5 = 12,000 (원)

12,000 * 9 = 108,000 (원)

약 11만원 가까이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20만원어치 자전거를 산 다음, 마지막에 절반 가격으로 자전거를 중고로 팔 계획이었다.

또 주말에는 약간 거리가 있는 마트나 카페를 갈 때,

아니면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막차가 끊겨도 항상 자전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내겐 여러모로 장점이 더 컸다.

 

 

 

 

 

포항 철길숲

우연히 배정받은 숙소 덕분에 가까운 거리에서 철길숲의 이점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철길숲이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대잠동(또는 이동)에서 포스텍까지 잘 정비된 길
  2. 차가 없어 산책하기 좋음
  3. 소소한 문화 행사와 볼거리

한창 날씨가 좋을 때에는, 퇴근 시간에 맞춰서 철길을 지나면

어르신 합창단이나 포항 지역 출신 가수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도 여러 번 구경했었다.

열심히 박수로 호응해주는 시민들이 내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또 철길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야외 스피커가 있는데

저녁 이른 시간에는 거기서 노래를 틀어준다.

가끔씩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흥얼거리면서

일부러 자전거 브레이크를 밟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민들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철길숲과 같은 도심 속 쉼터를

더 자주 마주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네이버에서 긁어온 철길숲 사진. 그 많은 날 중 한번도 사진을 남겨놓을 생각을 못하다니.

 

 

 

음식

아침

초반 1~3주는 지곡회관에서 학식을 먹거나 파리바게뜨에서 샌드위치를 사다먹었다.

이것도 질려서 후반부에는 집에서 해먹었다.

 

그릭 요거트 + 블루베리 + 견과류 + 오트밀 + 삶은 계란 조합이다.

한 3주차 쯤, 포항 사는 교육 동기와 만나서 같이 밥먹다가 아침 식사 얘기가 나왔는데

나도 그 친구한테 자극받아서 실천하게 된 건강 식단이다.

물론 저걸 하루에 다 챙겨먹으면 배터진다. 번갈아가면서 먹어야 한다.

모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해먹기도 간편하다. 적극 강추!

 

 

점심

인턴 동기들과 타보소를 타고 지곡회관에서 먹고 오는 게 일상이었다.

거리가 조금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도 저렴하고(3500원) 밥도 맛있다.

교육 때 관성으로 첫 날 학생회관을 갔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주문을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다 가격 대비(6~7천원) 메뉴가 한정적이었다.

그날 이후로 주로 지곡회관을 갔다.

지곡회관 가는 게 질릴 때면 가끔씩 배달을 시켜먹거나 아니면 연구원님들과 외식을 했던 것 같다.

어쩔 때는 배 교수님이 식사를 사주실 때도...

 

 

저녁

퇴근하고 나면 혼자서 지곡회관 가서 학식을 먹었다.

다른 인턴 동기들은 바로 퇴근해서 집 근처 식당에서 먹거나 집에서 혼자 해 먹었다고 한다.

반면 나는 내가 요리해 먹기도 귀찮았고 또 매일 잘 챙겨먹을 자신도 없어서 대신 학식을 먹었다.

나 혼자 갔지만, 막상 저녁에 가면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게 지곡회관이었다.

 

 

지곡회관 학식(3500원). 이것보다 더 맛있게 나올 때도 있고, 별로일 때도 있다.

 

 

대체로 맛있고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지만,

학식의 단점이라면 배가 금방 꺼진다는 점이다. 

그래도 확실히 시간과 밥값은 많이 아낄 수 있었다.

 

 

 

 

퇴근 이후

사실 첫 주에 가장 고민이 됐던 게 '퇴근하고 나서 뭐하지?'라는 생각이었다.

교육 때는 퇴근이랄 게 없었다. 자기 전까지 계속 과제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하거나 동기들과 놀거나.

 

인턴은 교육과 다르다. 직장인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

그리고 따로 과제를 주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숙소에 돌아오면 생각보다 자유 시간(3~4시간)을 꽤 확보할 수 있다. 

 

첫 주에는 유난히 시간이 붕 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땐 이미 하반기 취업 공고도 마무리되던 시점이었고,

아직 친해지기 전이라 약속도 없고 

무엇보다 숙소를 돌아가면 아무도 간섭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나도 결국 내 루틴을 조금씩 잡아나갔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내 시행착오를 보면서 다른 인턴 분들은 더 알찬 인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옵션 1. 쉰다

내 첫 주차 패턴이었다. 

집에 맨날 늘어져 있다가 9 to 6로 일하려니 처음에는 무지하게 피곤한 게 당연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뻗어버렸다. 

 

그렇다고 잠이 바로 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유튜브 보다가 스스로 잠드는 하루를 반복...

하지만 곧 내 신분이 무엇인가 취준생이다 취준생은 놀 자격이 없다

퍼뜩 깨닫고는 뭐라도 해야겠다 몸부림을 쳤으니...!

 

취준 걱정만 하다가 드러누워버린 20대의 나

 

 

 

옵션 2. 운동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포항에 내려오자마자 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다.

내가 있던 세명리치빌 근처에는 그나마 갈 만한 데가 비코짐이었다.

24시간 연중무휴라는 점이 진짜 좋았다(바이럴?)

 

대신 비코짐은 비싼 편이다. 

특히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만 머무르는 인턴 입장에선 월 85000원의 등록비가 부담될 수도 있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더 저렴한 헬스장도 있다.

포스텍 재학생이나 연구원 분들도 많이 간다는 비엘짐이 있는데 이동점, 효자점 이렇게 두 곳이 있고

시설도 꽤 넓은 편이라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월 4만원 수준) 대신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저녁에 가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선 비엘짐이 숙소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비코짐을 선택했다.

 

나는 최소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운동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바쁜 인턴 기간동안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던 건 뿌듯하다.

 

 

 

옵션 3. 도서관

나도 3주차부터는 퇴근 후에 학교 도서관을 가기 시작했고

왜 첫 주차부터 가지 않았을까 후회할 정도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카데미 때 처음 도서관을 갔던 경험을 얘기해야겠다.

그때만 해도 무더운 여름이었다. 

도서관을 들어갔는데 바로 다시 나오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공기 온도가 진짜 애매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땀은 안 나는데, 몸은 끈적끈적하고 답답한 그런 온도...

여기 도서관은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여름방학이라 사람이 적기도 했고

이렇게 개방된 형태의 공간에서 에어컨을 틀면 별 효과도 없을 게 뻔했다.

 

결국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도 못해보고 (실습실은 항상 에어컨을 틀 수 있었다)

아카데미를 마쳤다.

 

그리고 이번엔 인턴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도서관을 가게 되었다.

역시 날이 서늘해져서 그런지 여름보다 훨씬 쾌적했다.

그리고 학기 중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았다.

 

 

포스텍 박태준 학술정보관. 평일에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퇴근하고 나서도 도서관에 가야하는 이유

1) 열공하는 사람들

내가 도서관을 가기 시작한 건 11월 초였다.

그러니까 포스텍 기준으로 분명 중간고사가 끝난 널널한 기간이었는데도 도서관에 사람이 많았다.

 

이때 포항공대에 대해 제법 감명을 깊게 받았던 것 같다.

와, 이 정도 공부를 성실히 하니까 포항공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겠구나.

 

집에 가면 나 혼자만 있기 때문에 내가 딴짓을 하더라도 눈치를 볼 사람이 없다.

그래서 집에선 공부해야지 다짐하면서도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반면에 도서관을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바로 나보다 먼저 앉아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도서관에는 사방이 모두 공부를 하러 각오한 사람들밖에 없다.

내가 딴짓하면 주변에서 왠지 눈치를 줄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

 

내 기준에선 도서관의 사람과 학업 분위기가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처럼 자제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스로 의지를 탓하기보다 환경을 먼저 바꿔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아주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2) 쾌적한 시설

 

포스텍 박태준 학술정보관은 시설이 객관적으로 좋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공간이 확 트여있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의자와 테이블이 넉넉하게 구비되어 있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2층의 카페나 편의점을 자유롭게 들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4시간 운영된다. (2~3층 제외, 4~5층만)

시험기간에는 잠깐 개방해도 학기 내내 24시간 운영되는 대학 도서관은 정말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인턴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도서관을 꼭꼭 자주 이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인턴 기간동안 아주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있는 시간을 점차 늘려갔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내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