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또는 반년에 한번씩 기수를 진행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글또 마지막 기수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내가 9기에 지원한 게 1년 전인 줄 그제야 깨달았다.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1년 전
딱 이맘때 쯤이었다. 9월까지 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듣다가, 10월 중순 같은 교육기관에서 인턴 합격 소식을 듣고 짐을 꾸려 포항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건 '이제 무얼 해야 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확신이 없었다. 인턴이 끝나면 국내에서 취업 준비를 할지, 대학원을 갈지, 아니면 막연하게 계획했던 유학을 정말 도전해볼지. 어느 길도 확고한 결심이 서지 않았고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 싫었다. 흔히 가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고 하는데, 고개를 들면 유난히 푸른 가을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글또는 왜?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한 게 글또였다. 더 정확히는 교육을 같이 듣던 반 동기가 추천해준 것이지만. 기술 블로그는 포트폴리오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고, 또 현업 개발자들과 네트워킹하는 것에서 뭐라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였다. 난 현업에 있지도 않았고 (엄밀히 말하면) 개발자도 아니었지만 무작정 지원한 셈이다.
글또가 내게 준 것
결과적으로 글또에 지원한 건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왜?
첫째, 하찮긴 해도 정말 이력서에 추가할 한줄이 생겼다.
2주마다 꼬박 꼬박 쓰니 글이 10편 정도 생겼고, 상반기에는 지원서를 제출할 때마다 기술 블로그 링크를 첨부했다. 아직 보잘 것 없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 아예 시작조차 안한 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이미 시작해봤고, 앞으로 좀만 더 발전시켜나가면 돼'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실천으로 이어졌다. 글 하나라도 더 올리고, 글감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기술 공부를 하고, 지원서도 상향 지원해서 써보는 등등. 만약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에 머물러 있었다면 자책만 하면서 정작 실천하는 건 없었을 것이다. 그 시작을 글또가 강제로라도 끊게 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둘째,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도커/쿠버네티스 스터디에 참여했고 3월이 돼서야 유데미 강의를 완강했다. 이게 뭐 대단한 건가 싶지만 생각보다 공부할 분량이 많았고, 강의 내용을 매주마다 정리해서 깃허브 리포에 커밋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스터디 멤버 분들끼리도 '저희 너무 바쁜데 이번 한 주만 쉬어갈까요'하고 합의할 정도였으니, 이걸 만약에 혼자 하려고 했다면 절대 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같이 공부하기'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스터디 멤버 분들과 토의하면서 알게 되니 기억에 훨씬 오래 남았다. 스터디 그룹에는 현업 개발자 분도 계셨는데, 덕분에 강의에선 다루지 않았던 인프라 관련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었다. 깃허브에 내 공부 기록도 남길 수 있었던 건 덤이다.
나중에는 <시지삶(시간을 지배해서 삶을 관리하는 모임)>에도 참여했다. 수험생활 이후로 한번도 적지 않았던 시간 기록과 계획표를 다시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간을 좀 더 의식적으로 쓸 수 있었고 매일 방향성을 잡는 느낌이 좋았다. 나보다 열심히 사는 분들 기록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고 목표와 우선순위가 조금 뚜렷해졌달까.
셋째, 든든한 글또 커뮤니티다.
알게 모르게 글또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얻은 게 많다. 자잘하게는 유용한 툴이나 앱, 최신 기술 소식을 얻을 수 있고 놓칠 뻔한 채용 공고를 덕분에 확인한 적도 있었다. 또 글또 하우스라고 개발자 분들이 고민 상담을 받는 세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선 소중한 기회였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개발자 분들이 느낄 만한 주제의 고민을 다루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오프라인 커피챗이나 모임에 참여할 수 없게 됐지만, 매일 글또 슬랙을 보면서 활발하게 올라오는 모임이나 스터디, 커피챗 인증샷을 보면 괜히 나도 친밀감을 느낀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커뮤니티가 아닐까싶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속을 썩이며 애타게 준비하던 해외 대학원이 운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지금은 미국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비록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순 없지만 글또에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기수도 신청을 했다. 내가 짧지만 지난 1년동안 어떤 생각의 변화를 거쳤고 어떤 다짐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쓸 글감에 어떻게 다짐을 녹여낼지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1.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
1년 전 포항에 있었을 땐 불확실한 현실이 지긋지긋했다. 차라리 누가 내 앞길을 그냥 정해주어 버렸으면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가장 불투명하고 앞길이 보장되지 않는 길인 유학을 결심했고 (지금도 그것 땜에 무지 고통받고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안정된 삶, 앞으로의 매일이 예측되는 삶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렇게 살면 지겨워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차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내 성향도 불확실성과 도전을 좀 더 좋아하니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2. 태도에서 행동으로: 세부 전공을 바꿔볼 결심
그래서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게 세부 전공을 바꿔보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내가 석사 과정을 Computer Engineering, 즉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를 둘 다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둘째로 내 쓸데없는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이것 관련해선 따로 하나 글을 쓸 예정이다).
게다가 내가 가장 많이 공부한 AI나 ML은 이미 풀이 넘칠 대로 넘치고 흥미도 예전같지 않은데 이왕 석사 시작한 거, 다른 분야를 도전해볼까? 생각한 게 embedded AI, embedded software engineering 분야였다.
3. 글감 정하기
새로운 분야를 찾으니 잊고 있었던 설렘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막 입문했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롭고 설레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막 부딪혀보면서 좌절도 하고 지겹게 공부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 분야가 정말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그것 또한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젠 전공 바꾸기를 그만할 차례다.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6개월 간 약 10편에 걸쳐 올릴 글 주제는 다음과 같다:
- Side Project 1: TinyML
- Side Project 2: RTOS (Real-Time Operating System) with Udemy
- Intro to Embedded Systems
- Academic Project (Cervical cancer detection, computer vision, image processing)
마지막 Academic Project는 현재 연락하고 있는 교수님과 진행하려는 프로젝트인데, 이게 얼마나 embedded systems와 연관있을지, 또는 AI 분야에 얼마나 임팩트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주로 TinyML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서 글을 올릴 계획이다.
오랜만에 글을 다시 쓸 수 있어서 기쁘다. 글또 마지막 기수인만큼 이번엔 패스 없이 초과 달성하는 걸 목표로 열심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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